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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채종서 성균관대 교수, 초절전·초박형 원형 가속기 제작 기술 (주)QBS 이전
작 성 자 관리자
2015.09.17 정윤하 기자 yhjeong@hellodd.com 
HELLODD 신문

"공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비용 대비 효과(cost effectiveness)'입니다. 매우 뛰어나지만 너무 비싸서 최고 부자들만 쓸 수 있는 치료법은 이학자들이 고안하는 것이고, 이를 누구든지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공학이죠.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소위 '공돌이 정신'이 기술사업화에선 최고의 비결이죠."
 
"공학자는 항상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채종서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의 뒤로 힘 있는 필체의 서예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天工開地'. 채 교수는 "하늘의 이치를 땅에서 펼친다는 의미"라며 첨단과학기술을 누구든지 쓸 수 있게 만드는 공학자의 역할을 담고 있는 문구라고 설명했다.
 
채종서 교수가 하늘에서 땅으로 가지고 온 기술은 '가속기'. 전자·양성자·이온 등 전하를 가지고 있는 입자를 빛의 속도(초당 30km)로 빠르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장치로 양성자나 중성자를 핵 밖으로 튀어나가게 하고 원자핵을 여러 개의 원자핵으로 분열시키기도 하며 중간자 등의 소립자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현대과학기술이 그대로 녹아있는 장비로서 규모와 비용을 생각할 때 상용화 가능성이 낮은 대상으로 꼽히기 쉽다. 
 
그러나 채 교수는 그러한 선입관을 깨고 가속기 제작 기술의 사업화에 성공했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중장비 개발사업'으로 방사선동위원소를 생산하는 'IT기반 초절전·초박형 원형가속기'를 개발했고, 2013년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의 '연구성과사업화지원사업' 기술업그레이드 과제로 선정되어 기술사업화를 위한 후속 연구개발을 추진하던 중 지난 6월초 (주)퀀텀바이오사이언스(이하 QBS)에 6억 5000만원의 기술료를 받고 이전했다. QBS는 20년 이상 방사선의약품 치료 장비를 판매한 (주)OTS의 자회사로 신규 사업 분야를 찾던 중 채 교수의 기술에 대해 알게 된 후 그를 직접 찾아왔다.
 
채 교수는 "병원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 온 회사에서 사업성을 인정한 셈"이라며 "QBS는 기술이전 후 화성에 장비 제작을 위한 공장을 마련했는데 벌써 몇몇 병원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QBS와 방사선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가속기에 이어 이를 합성하는 방사선의약품 생산 장비에 대한 추가 기술이전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종서 교수의 연구실에 걸려 있는 서예작품. 지인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고 한다. <사진=정윤하 기자>
 
◆ "가속기 상용화는 블루오션…핵의학·연구·방사선치료 활용 및 해외 수출 전망 밝아"
 
채 교수에 따르면 가속기는 이미 의약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1996년도에 국내에 도입된 암 진단 장비 양전자단층촬영(PET·펫)기기는 가속기를 통해 생산된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병원에서 220대의 PET이 가동 중인데 진단은 물론 예후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PET의 활용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PET에 필수적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가속기는 그 숫자가 수십 대에 불과하다. 진단에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특정 핵종의 원자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짧은데 반감기가 지난 방사선의약품은 영상의 선명도가 감소한다.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병원에 가속기가 설치돼 있거나 가까워야 하지만 높이 2.5미터에 22톤에 달하는 무게의 기존 가속기는 설치와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사리 설치하지 못한다. 현재는 새벽에 전문기사가 가속기를 가동해 많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하루 종일 사용하거나 다른 곳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채종서 교수는 여기서 착안해 소형가속기 개발에 돌입했다.
 
"현재의 대용량 원형가속기는 병원에 설치하는 데도 많은 비용과 시간,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소형 원형가속기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어느 곳에든지 설치가 가능하고 중소 규모의 병원에서도 보다 쉽게 도입할 수 있죠."
 
제자와 함께 가속기를 점검하고 있는 채 교수. <사진제공=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원자력의학원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 출신인 채종서 교수는 2004년 국내 최초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가속기를 제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장비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IT기반 초절전·초박형 원형가속기'는 높이 1미터 남짓, 무게 7톤가량으로 기존에 비해 1/3 규모다. 크기가 작아진 만큼 방사선이 나오는 규모도 줄어들었다.
 
채 교수는 "벨기에와 일본, 캐나다 등 몇몇 회사에서도 소형가속기를 제작하는데 선진국 경쟁제품에 비해 전력효율이 약 20% 정도 좋고, 가격도 70% 수준"이라며 "국내 병원은 물론 해외판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초·최고' 추구하던 연구자, 컨설팅 후 '가성비'로 방향 전환
 
사실 30년 넘게 가속기 연구개발에 매진한 베테랑 연구자인 채종서 교수도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과의 첫 번째 사업화컨설팅에서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처음 기술을 개발했을 때, 만들어놓은 장치는 전 세계를 통틀어 동급 에너지 중 가장 작은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컨설팅을 통해 논문이 아니라 현실에서 사용되려면 작은 것보다 고장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아무래도 규모를 작게 만들다 보면 부품도 모두 작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사용하는 데는 고장이 발생할 수 있었거든요. 때문에 크기를 약 15센티미터 정도 늘리되 제품의 내구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기술로 나아갔다고 볼 수 있죠."
 
채 교수는 "사업화컨설팅을 통해 연구의 방향을 전환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처음에 통으로 만들었던 것도 운반, 설치하기 쉽도록 분해 가능한 구조로 바꾸고 재질도 보다 저렴한 것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실을 방문한 QBS 관계자와 가속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뛰어난 기술 개발 능력에 사업화 감각까지 갖추게 된 채 교수는 최근 태국핵기술연구소(TINT:Thailand Institute of Nuclear Technology)에 가속기 기술을 수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그는 "원자력의학원에 갓 입사했던 시절, IAEA(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로 오셔서 가속기를 가르쳐주셨던 은사님과 30년 이상을 교우했는데 그 분이 TINT에 나를 추천해주셨다"며 "2500만 달러(약 292억) 규모의 대형 기술 수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병원용 소형가속기는 물론이고, 방사선 연구소에서 활용 가능한 중형가속기와 방사선 치료에 활용되는 대형가속기 등 국내외 각 분야에서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가속기는 여러 분야의 기술이 융합돼 완성되므로 오랜 경험이 필요하고 다른 분야와 달리 중국이 아직 도전하지 못하고 있어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태국핵기술연구소 방문시 찍은 기념사진 <사진제공=채종서 교수>